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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Science)/여러 과학 상식들

[과학 상식들] 헬륨-3 초유체의 발견과 노벨상

by UltraLowTemp-Physics 2024.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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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웹페이지에서는 제 박사과정 연구 주제이기도 한 헬륨-3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헬륨-3에서 초유체 현상을 발견한 공로로 1996년 노벨상을 받은 Osheroff, Richardson, 그리고 Lee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더 낮은 온도를 탐험하기 위해서.. 

오늘날 우리는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를 사용합니다. 최초의 냉장고가 발명된 해는 1834년으로,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약 140만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온도를 낮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 상기시켜줍니다.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온도를 올리는 것보다 내리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땀을 흘리면 땀이 증발하면서 체내 열을 빼앗아 체온을 낮추는 원리처럼,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주변의 열을 잠열(Latent heat)만큼 흡수하여 온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액체 헬륨-4 또는 액체 질소를 사용하면 각각 4K(약 영하 269도)나 77K(약 영하 196도)까지 냉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상변화가 일어나는 온도 이하로는 냉각할 수 없습니다. 더 낮은 온도를 탐험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1960~1970년대에 현재의 희석 냉동기(Dilution Refrigerator)가 발명되기 전, Pomeranchuk 효과를 이용한 냉동기가 있었습니다.
Pomeranchuk 효과의 원리를 잠깐 설명하자면, 아래 헬륨 3의 융해곡선 (즉, 고체상과 액체상을 나누는 경계)를 이용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체는 액체보다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 즉 더 안정적인 상태입니다. 따라서, 상전이의 선을 기술하는 Clausius-Clapeyron 방정식을 보면, 
\begin{equation}
\frac{dP}{dT} = \frac{s_l-s_s}{v_l-v_s}
\end{equation} 
기울기는 양(positive)으로 기술이 됩니다. 하지만, 헬륨-3는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현상을 보입니다. 헬륨-3가 액체상태일 때, 온도에 따라서 크게 두 가지 특성을 보입니다; 100mK 이상에서는 보통의 액체와 동일한 특성을 보이지만, 100mK이하에선 이른바 페르미 액체 (Fermi Liquid)의 특성을 따르게 됩니다. 고체상태의 핵스핀은 페르미 액체 상태일 때보다 더 엔트로피가 높기 때문에 기울기는 음(아래 상전이 그래프에서 0.1K 근처)으로 되게 되죠. 즉, 만일 우리가 100mK의 액체 핼륨을 가지고 있고, 압력을 가함으로써, 액체 헬륨을 고체 헬륨으로 변환시킨다면, 엔트로피가 높은 고체 헬륨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주위의 열을 흡수하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Pomeranchuk effect이라 부릅니다.  

헬륨 3 상전이 곡선. 약 0.1K 이하에서는 액체 헬륨-3는 페르미 액체 성질을 띄게 된다.

현재는 희석 냉동기의 발명으로 인해 Pomeranchuk 효과를 사용한 냉동기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지만, 1971년 Osheroff가 이 방법을 이용해 헬륨-3에서 초유체 현상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여전히 큽니다.  

2. 헬륨-3 초유체의 발견

1970년대 초반, 저온물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주 연구 중 하나는 자성을 가지는 고체 상에서 온도를 지속적으로 내렸을 때, 고체 내의 핵자의 스핀들의 앤트로피들이 열역학 제 3법칙에 따라 감소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David Lee는 고체 헬륨-3에서 앞서 설명한 Pomeranchuk 효과를 이용하여 연구할 수 있다 생각하였고, 이 냉각 장치를 사용하여, 1971년 가을, Oscheroff, Richardson 그리고 Lee는 헬륨-3의 융해 곡선을 조사하던 중 헬륨-3의 냉각률 (cooling rate)이 갑작스럽게 변화되는 두 지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연구자들은 이 지점들을 각각 A-전이 (The A transition)와 (The B-transition)으로 명명했습니다. 이후 추후 연구를 통해,이 두 상전이가 모두 초유체 성질을 띄고 있음을 확인이 되었습니다. . 
먼저, 발견당시 Oscheroff는 A-전이에서는 냉각률(cooling rate)이 갑작스럽게 감소되는 것을 확인하였고, 물리적으로 이는 상전이에 따른 액체의 열용량(Heat capacity) 변화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B-전이에서는 냉각률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구간이 있었는데, 이는 A 상태에서 B 상태가 First order transition에서의 잠열의 방출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첫 발견 당시에는, 이러한 지점들이 헬륨-3 고체 Magnetic ordering의 변화로 인한 상 변화라고 생각이 되었지만,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의 Goodkind, 모스크바 물리학 연구소의 Vvedenski 등은 이러한 상변화들이 헬륨-3 액체에서 초유체로의 상전이로 인한 것이라고 예측을 하였습니다. 
추후 NMR 등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헬륨-3이 초유체 성질을 띄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더 놀라운 점은 기존의 초전도체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존의 초전도체에서는 초전도 성질을 띄게 만드는 이른바 쿠퍼쌍의 각운동량이 0입니다 (즉, s-wave). 하지만, 헬륨-3 에서 발견된 초유체는 쿠퍼쌍의 각운동량이 0이 아닌 일정한 각운동량을 가지진 p-wave 초유체였고, 현재까지 p-wave 초유체/초전도체를 보여주는 물질은 헬륨-3가 유일합니다. 

3. 끝으로 

헬륨-3의 초유체 성질이 밝혀진 지 50년이 넘었지만, 이 물질은 여전히 매혹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많은 연구자들이 관측하고자 하는 마요라나 모드(Majorana mode)를 헬륨-3에서 이론적으로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자컴퓨터의 안정적인 큐비트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헬륨-3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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